1. 사건 개요

가. 바른이 대리한 당사자

위탁금증권을 제시하고 15억 원을 차용하였으나 이를 변제하지 못하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


나. 
사건의 배경

A가 대표이사로 있는 B사는 복합쇼핑몰 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2019년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통해 총 1,750억 원의 담보대출을 받았습니다. 이후 2021년 대출기간 만료에 따라 리파이낸싱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3순위 대주단인 펀드의 일부 개인투자자들에게 21억 원을 상환하고 그 출자자 지위를 취득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위 21억 원 중 18억 원이 C증권사에 위탁금 형태로 보관되었습니다.


A는 피해자 D사로부터 15억 원을 차용하였으나, 변제기를 앞두고 이른바 '새마을금고 사태'가 발생하면서 B사가 예정하고 있던 리파이낸싱 및 추가 대출이 무산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3순위 대주단에 대한 대출금 상환 및 C증권사에 보관된 위탁금의 인출이 불가능해졌고, 결과적으로 A는 변제기에 차용금을 변제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다.
소송 내용

검찰은 A C증권사에 보관된 위탁금을 자유롭게 인출할 수 없다는 사정을 피해자 D사에 고지하지 않은 채, 만기 도래 시 위탁금을 처분하여 차용금을 변제할 것처럼 피해자를 기망하여 15억 원을 편취하였다고 보아 A를 기소하였습니다.


이에 바른은 차용 당시 A에게 실질적인 변제 의사와 능력이 있었고, 변제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은 차용 이후 발생한 예측하기 어려운 외부적 사정에 기인한 것이므로 형사상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무죄 변론을 펼쳤습니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이러한 바른의 주장을 받아들여 피고인 A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2. 판결

서울동부지방법원 2026. 6. 19. 선고 2025고합78 판결


3. 판결의 근거

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피고인 A에게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첫째, 사기죄의 성립 여부는 금원을 차용한 당시를 기준으로 변제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지를 판단하여야 하며, 이후 사정의 변경으로 변제하지 못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사기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고 원칙적으로 민사상 채무불이행의 문제에 해당한다는 법리를 전제로 판단하였습니다.

둘째, A 15억 원을 차용할 당시 1순위 대주단인 새마을금고 측은 복합쇼핑몰 건물의 담보가치가 종전보다 약 250~300억 원 상승한 것으로 평가하였고, 이를 기초로 약 195억 원의 추가 대출이 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A로서는 추가 대출 등을 통해 3순위 대주단의 대출금을 상환한 후 C증권사에 보관된 위탁금 18억 원을 인출하여 차용금을 변제할 수 있을 것으로 충분히 기대할 만한 상황이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셋째, B사가 3순위 대주단의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이른바 '새마을금고 사태'로 인한 신규 대출의 중단에 있었고, 이는 A 15억 원을 차용한 이후에 비로소 발생한 사정이었습니다. 법원은 차용 당시 A가 이러한 대출 중단 가능성을 인식하거나 예견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넷째, 이러한 사정을 종합할 때 A에게 편취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는 점조차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위탁금 인출에 일정한 조건과 절차가 필요하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고지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피해자에 대한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4. 바른의 주장 및 역할

바른은 본 사건의 핵심이 단순히 '변제기에 채무를 변제하지 못하였다'는 결과에 있는 것이 아니라, 차용 당시를 기준으로 A에게 진정한 변제 의사와 현실적인 변제 가능성이 있었는지 여부에 있다는 점에 주목하여, 본 사안이 형사상 사기죄가 아닌 민사상 채무불이행의 문제라는 논리로 변론을 전개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 바른은,

1) 차용 당시 A에게 3순위 대주단에 대한 대출금 상환 및 위탁금 회수를 통한 구체적인 변제 계획과 재원이 존재하였다는 점,
2) 변제가 불가능해진 직접적인 원인은 A의 차용 이후 발생한 이른바 '새마을금고 사태'라는 예측하기 어려운 외부적 사정의 변경이었다는 점,
3) 새마을금고 관계자 등에 대한 증인신문을 통해 당시 담보가치가 실제로 상승하였고 이를 기초로 상당한 규모의 추가 대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었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입증한 점,
4)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제반 사정을 종합하더라도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범의가 증명되지 않았다면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대법원의 확립된 법리를 적극적으로 원용한 점

등을 통해 검찰의 공소사실을 탄핵하였고, 그 결과 피고인 A에 대한 전부 무죄 판결을 이끌어냈습니다.


5. 판결의 의미

이번 판결은 채무자가 결과적으로 변제기에 채무를 이행하지 못하였더라도, 차용 당시 진정한 변제 의사와 현실적인 변제 가능성이 존재하였고 이후 예측하기 어려운 외부적 사정의 변경으로 변제가 좌절된 경우라면, 이를 형사상 사기죄로 평가할 수 없고 원칙적으로 민사상 채무불이행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는 대법원의 확립된 법리를 재확인한 사례입니다.

특히 본 사건은 대규모 부동산 PF 및 다수의 대주단이 얽힌 복잡한 금융구조 속에서, 차용 이후 발생한 이른바 '새마을금고 사태'로 인해 예정된 자금조달 계획이 무산되었다는 사후적 결과만을 근거로 차용 당시의 편취 범의를 소급하여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아울러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객관적인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어야 하고, 그 정도의 증명에 이르지 못하였다면 유죄의 의심이 남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형사재판의 대원칙(in dubio pro reo)이 복잡한 금융·부동산 PF 관련 형사사건에서도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함을 보여준 판결이라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의가 있습니다.

 

ㅁ 담당 변호사: 이원근, 조웅규, 장재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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